美 유엔서 "러에 파병했나" 돌직구 질문…北, 우회 시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 대표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여부를 직접적으로 물었고, 북한 대표는 이를 명시적으로 부인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회의에서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했는지 질문하며 "이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안보 전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정권이 러시아의 불법 침략 전쟁을 돕고 있다"며 김 성 주유엔 북한 대사를 향해 파병 여부에 대해 명확히 답할 것을 요구했다.

김 대사는 이에 대해 즉답을 피하며 "북러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부합하며, 북한은 이 조약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파병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국제사회는 이를 북한의 파병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은 이전에도 파병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지난달 김정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북한군의 대러시아 파병설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하는 행동일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우드 차석대사의 발언에 이어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대사는 북한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북한은 범죄 정권을 지원하는 또 다른 범죄 정권"이라며 "북한 지도자와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는 "북러 간의 불법 군사 협력은 국제질서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북한은 병사들을 러시아로 보내며 월급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공조를 중단시키고, 군대를 즉시 철수시킬 것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대공미사일 등 방공망 강화를 위한 무기를 제공받았으며, 향후 핵 기술 이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북한이 추가적으로 병력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핵 개발 및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사회는 북한과 러시아 간의 밀착이 안보리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점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추가적인 조치를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