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 규제 입법 논의: 헌법 원칙과의 충돌과 사후적 규제의 필요성 최근 디지털 플랫폼 규제 입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헌법 원칙과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특히 무죄추정의 원칙, 자기책임원리, 과잉금지 원칙 등의 헌법적 원칙이 플랫폼 규제 법안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전 규제보다 사후적 규제 원칙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헌법적 원칙과 플랫폼 규제 법안의 충돌 2024년 9월 5일 한국헌법학회가 주최한 '플랫폼 규제 입법 쟁점 특별 세미나'에서는 학계 전문가들이 현재 논의 중인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해 헌법적 관점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습니다. 이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사전 지정, 입증책임 전환 등의 요소가 헌법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황성기 한양대 교수는 플랫폼 규제 법안에서 가장 큰 문제로,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 지정'과 '경쟁 제한성 추정·입증책임 전환제'를 꼽았습니다. 황 교수는 이 두 가지 요소가 무죄추정의 원칙, 자기책임원리, 과잉금지 원칙 등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먼저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해, 플랫폼 규제 법안이 입증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는 무죄를 가정하고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책임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는 헌법적 원칙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황 교수는 자기책임원리에 의거해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입증책임 전환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한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되어야 하며, 일반적인 규제 과정에서는 이를 피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플랫폼법이 이 원칙을 무시한 채 경쟁 제한성을 추정하고 입증책임을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이 헌법적 원칙을 위반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황 교수는 과잉금지 원칙과 관련해서도 플랫폼 규제 법안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규제가 기업의 자유와 소비자 편익, 그리고 입점 업체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으며,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글로벌 사례 분석과 한국 시장에의 적용 최경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지정교수는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 입법 사례를 분석하며, 이러한 글로벌 규제가 한국 시장 상황에 부적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디지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을 규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를 한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최 교수는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시장이 이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적절히 규제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사후적 규제와 심사기준이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기존 규제 틀 내에서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남용 행위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새로운 법안을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법안을 강화하거나 조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최 교수는 소비자 보호, 아동·청소년 보호, 표현의 자유 보장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기본권 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며, 플랫폼 규제 법안이 이러한 부분을 포괄하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입법이 요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이 단순한 경제적 활동의 장을 넘어서,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이슈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