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마저…트럼프 당선에 후퇴하는 ‘DEI’

미국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반(DEI) 기조가 확산되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DEI 정책을 철회하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월마트는 DEI 관련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성소수자 지원 단체와의 협력도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월마트는 2020년 설립한 ‘인종 평등 센터’를 폐쇄하고, 소수자 및 성소수자 기업을 지원하던 프로그램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내 문서와 커뮤니케이션에서 ‘DEI’라는 용어 사용도 제한하며, 직원 대상 인종 형평성 교육도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성소수자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순위 평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같은 결정은 보수 성향의 반DEI 활동가 로비 스타벅의 압박 이후 나온 것입니다. 스타벅은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월마트를 불매 운동의 표적으로 삼겠다고 위협하며 DEI 정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월마트가 성소수자와 관련된 대의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고, 월마트는 일부 DEI 프로그램의 재검토를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월마트의 변화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데이비드 라커 교수는 월마트의 결정이 다른 기업들에게도 유사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월마트의 영향력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월마트가 시작한 변화는 다른 기업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DEI 철회는 월마트뿐만 아니라 최근 몇 달 동안 디어앤코, 보잉 등 최소 10개 이상의 기업에서도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이후 반DEI 기조가 강화되며 보수적 기업 문화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측근들 또한 DEI 프로그램에 반대 입장을 보이며 이를 철폐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DEI를 “인종 차별의 다른 말”이라고 비판하며, DEI를 시행하는 기업들을 여러 차례 공격해왔습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 지명자도 DEI가 백인 남성을 차별한다고 주장하며 DEI 시행 기업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DEI 프로그램 철회는 공화당 정치인들의 행동에도 반영되었습니다.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은 트랜스젠더 의원의 여자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제출하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보잉 CEO 켈리 오트버그는 DEI 부서를 해체한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보잉은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