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텔, 결국 겔싱어 '축출'…파운드리 분할매각 가능성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사임하며, 인텔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은퇴’라는 발표가 나왔지만, 과도한 파운드리 투자 부담과 실적 악화로 사실상 경질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겔싱어의 후임자를 찾기 위한 인텔의 행보가 주목되지만, 회사 내부 상황이 심각해 새로운 CEO가 이를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겔싱어는 인텔에서의 오랜 경력과 반도체 업계에서의 공로로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그는 18세에 인텔에 입사해 386 및 486 CPU 설계를 주도했고, 32세의 나이에 최연소 임원이 되는 등 인텔의 핵심 기술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2021년 인텔로 복귀한 이후 미국 정부의 반도체 리쇼어링 전략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복귀를 추진했지만, 과도한 투자와 불확실한 수주 전망이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미국 내 100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되고 있지만, 경쟁사인 TSMC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CPU 시장에서도 AMD에 밀리며, 주요 수익원이었던 CPU 부문의 부진이 투자 부담을 감당할 현금 흐름을 악화시켰습니다. 인텔은 최근 2분기와 3분기 각각 16억 달러와 166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지원금 삭감도 겔싱어 CEO의 경질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겔싱어는 반도체법 입법을 위한 로비에 적극 나섰지만,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인텔에 대한 지원금을 85억 달러에서 79억 달러로 줄였으며, 110억 달러 규모의 정책 대출도 철회했습니다. 이는 실적 악화가 투자 부진을, 투자 부진이 지원금 축소를 초래하며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겔싱어의 낙마에 대해 테크 업계는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텔은 이미 그가 복귀하기 전부터 연구개발(R&D) 투자 부족과 전략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특히 전임 CEO들의 잇따른 문제로 조직 자체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겔싱어는 구조적으로 망가진 회사를 단기간에 회복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인텔은 현재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 수석부사장을 임시 공동 CEO로 임명했으나, 정식 CEO 영입이 시급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인텔의 상황이 악화된 만큼 외부에서 유능한 인사를 영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일부에서는 인텔이 사업부별로 분할 매각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겔싱어의 사임 발표 이후 인텔 주가는 장중 5%까지 상승했으나 결국 0.5% 하락 마감했습니다. 반면 경쟁사인 AMD와 TSMC의 주가는 각각 3.56%, 5.27% 상승했습니다. 이는 시장이 겔싱어의 낙마를 인텔의 경쟁사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받아들였음을 보여주며, 인텔의 향후 전략이 더욱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