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10만달러 넘긴 비트코인 ‘안전자산’ 입지 굳혀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증시가 침체된 가운데,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친(親)비트코인’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과 함께 비트코인이 ‘디지털 안전자산’으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의 ‘가상화폐·AI 차르’로 데이비드 삭스를 지명하며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비트코인은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보고에 따르면 4일 1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09년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한 지 15년 만이자, 2017년 1만 달러를 처음 돌파한 이후 7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번 급등은 비트코인의 대중화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효과가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 초 미국 당국의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은 시장의 신뢰를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촉매는 트럼프 당선인이 친가상화폐 성향의 폴 앳킨스를 차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지명한 소식이었다. 시장에서는 앳킨스의 지명이 가상화폐 규제 완화를 의미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이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같은 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묘사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점도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비트코인 가격 10만 달러 돌파를 축하하며, 이를 통해 미국 경제와 기술의 잠재력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비트코이너 축하한다”며, "우리는 모두 함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그의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디지털 자산을 통한 경제 재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비트코인이 2025년 말까지 20만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디지털 자산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한정된 공급량과 증가하는 수요가 가격 상승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격 상승이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댄 코츠워스 런던 투자 애널리스트는 "10만 달러 돌파가 비트코인의 주류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가격 상승이 단기적인 시장 심리에 불과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테조스 코인 창립자 캐슬린 브레이트먼 역시 "비트코인은 특정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자산이므로 투자 시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의견은 비트코인의 미래가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 중임을 보여준다.

비트코인의 급등은 단순한 가격 기록을 넘어 가상화폐가 글로벌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규제 강화를 통해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할지는 앞으로 지켜볼 과제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가상화폐가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와 제도적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