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억만장자들의 기발한 상속세 줄이기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억만장자이자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이 80억 달러(약 11조36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절세한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황이 복잡한 금융 전략과 신탁 구조를 활용해 상속세를 사실상 회피했다고 보도했다. 황의 재산은 1270억 달러(약 180조 원)로 평가되며, 이와 같은 절세 방식은 미국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략이다.

황은 2012년부터 부인과 함께 신탁 설립, 주식 기부, 그리고 복잡한 금융상품 활용을 통해 자산의 상당 부분에 대한 세금을 피할 수 있었다. 특히, "최애(I Dig It)"로 불리는 절세 기법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동시에 줄이는 효과를 낸다. 이 방식은 신탁에 자금을 증여하고, 이를 활용해 자산을 매입한 뒤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구조로, 자산 가치가 상승할수록 절세 효과가 극대화된다.

또한, 황은 **증여자 보존 연금 신탁(GRATs)**을 활용해 2016년에 엔비디아 주식 300만 주를 신탁에 증여했다. 당시 가치는 1억 달러였으나 현재는 150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를 통해 그의 자녀들은 60억 달러에 이르는 상속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GRATs는 국세청이 규제를 시도했지만, 법원에서 합법 판결을 받으면서 억만장자들이 대거 활용하는 절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황은 자선재단을 설립해 세금 감면 혜택도 누렸다. 2007년 설립된 그의 재단은 엔비디아 주식 3억3000만 달러를 기부받았으며, 이를 통해 황의 소득세가 대폭 감소했다. 자선재단은 기부자가 통제권을 유지하며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외부 단체에 최소한의 금액만 기부하면서도 재단의 자산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상속세를 회피하는 이러한 전략들은 법적 허점과 규제의 한계를 이용한 것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의 상속세 징수액은 억만장자들의 재산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징수했다면 연간 1200억 달러(약 170조 원)에 이를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법무부 연간 예산의 두 배, 암 및 알츠하이머 연구 기금의 세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젠슨 황의 사례는 억만장자들이 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공공 기여를 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상속세를 회피하는 창의적인 방법들은 국세청의 규제를 우회하며 사실상 법적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상속세 시스템의 공정성과 효과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