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관세 엄포 놨지만…"지난해 104조원 구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부터 중국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지만,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5일(현지시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세를 우회하며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의도한 대중 압박 효과를 약화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국 통계와 미국 통계 사이의 대미 수출 및 대중 수입 격차는 이러한 관세 회피 문제의 일면을 드러낸다. 지난해 격차는 약 730억 달러(약 104조 원),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는 640억 달러(약 91조 원)로 집계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격차가 관세 체계의 허점, 미국 수입업체의 과소 신고, 중국 수출업체의 과대 신고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관세 체계 중 하나인 '최소 관세(minimum tariff)' 제도는 주요 관세 회피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800달러(약 114만 원) 이하의 소형 소포는 수입 통계에 포함되지 않으며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미 세관과 국경순찰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약 480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의 물품이 이 제도를 통해 수입되었으며, 그중 대부분은 중국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쉬인(Shein)과 테무(Temu)와 같은 중국 기반의 e커머스 플랫폼의 급성장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 기업들의 수출 과대 신고 문제도 관세 회피의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국영 언론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약 9만 개의 중국 기업이 380억 위안(약 52억 달러)에 달하는 수출세 환급 혜택을 받았다. 이는 수출 신고액을 과대 포장하여 세금 환급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경제학자들도 2021년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관행이 중국의 수출 증가 통계에 왜곡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미국 수입업체들의 관세 회피 행태도 문제의 핵심이다.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의 아담 울프는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 중 약 20~25%가 과소 신고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대 1600억 달러(약 227조 원)가 공식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행은 주로 미국 수입업체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입량을 축소 신고하거나 실제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중국의 저가 제품 간이 통관 절차도 관세 회피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간이 통관 절차를 통해 미국으로 배송된 중국 제품은 약 170억 달러(약 24조 원)로, 이는 지난해 연간 총액을 초과한 수치다. 이러한 통관 절차는 특히 e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저가 제품을 대량으로 수입하는 데 활용되며, 미국 시장에서의 중국 제품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통해 무역 격차를 줄이고 대중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와 달리, 관세 체계의 허점과 기업들의 우회 전략으로 인해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 부과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수입 및 수출 신고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통해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보다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