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기습 계엄'에 美 충격…"심각한 오판" 부글부글

지난 3일 밤 한국에서 전격적으로 발표된 비상계엄 선포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특히 미국은 깊은 충격을 받은 주요 당사국 중 하나였다. 한국은 단순한 동맹국이 아닌 동북아 지역 안보의 핵심축으로,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이 주둔 중이다. 이번 사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 중국의 개입, 그리고 러시아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까지 다양한 변수로 이어질 수 있어 미국은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관계가 심화되면서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도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치밀한 계획 없이 진행된 것으로 평가되며, 국내 정치적 목적이 우선시된 결정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은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선포 후에도 한국의 명확한 입장을 듣는 데까지 수 시간이 소요됐다. 한국 국회가 4일 새벽 계엄 해제를 가결한 이후에야 미국은 사태를 다소 안정된 상황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동맹국 간 소통 부족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초기 반응은 우려로 가득 찼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계엄 선포가 "불법적"이고 "심각한 오판"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동맹국 간 신뢰에 큰 상처를 남겼음을 시사했다. 이후 백악관은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결정하자 "안도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며, 한국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 외교부와 주미한국대사관의 대응 부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교부 주요 인사들이 해외 출장 중이거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교적 공백이 발생했다. 주미대사관 내에서도 외교라인과 비외교라인이 분리되어 서로 다른 대응을 보였으며, 미국 등 해외 주요국들의 질의에 충분히 답하지 못하는 혼란이 이어졌다. 이는 외교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비상계엄 선포 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동맹 체제의 안정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한국 민주주의의 강건함을 강조하며, 정치적 갈등이 법치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은 한국의 민주적 제도가 지속적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하며, 비공개 논의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외교 수장들이 직설적으로 한국의 결정을 비판한 점은 한미 관계의 긴장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한국의 외교 무대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1차 도상연습이 무기한 연기되었으며, 국방부 장관 사퇴 등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한미일 동맹 체제 역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새로운 불안 요소를 떠안게 되었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엄 사태는 단순히 국내 정치적 논란으로 그치지 않고, 동북아 지역 안보와 국제적 신뢰 문제로 확대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사태 수습과 외교적 신뢰 회복을 위해 향후 더욱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맹국과의 소통 체계를 재정비하고,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외교적 역할과 민주주의의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