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국내 배터리 산업은 미중 간 패권 다툼 속에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어, 한국의 배터리 업계는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배터리 원료 공급망부터 생산까지를 다룬 '배터리 전쟁'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베드나르스키는 특히 IRA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면서, 이 법이 시행된 후 지난 2년간 125개의 리튬 광산과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가 발표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들 프로젝트에는 약 950억 달러, 즉 128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이러한 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IRA 혜택이 비슷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해리스는 스쿨버스의 전동화, 전기차 충전소 확충, 전기차 스타트업 지원 등 친환경 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지해온 인물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이 중요한 러스트벨트 지역의 민심을 고려해 전기차 의무화 정책의 강도는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늦춰지고,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화석연료 개발을 지지해왔으며, 전기차 지원금을 축소하고 배터리 기업을 압박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집권 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늦춰지면, 한국 배터리 업계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습니다. 베드나르스키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협력하여 리튬을 활용하고, 연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한, 산업 전문가들은 배터리 원료 조달처의 다각화와 공급망 내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박재범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이 한국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은 이미 대비책을 마련해오고 있습니다. LG는 2022년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영입하며, 미국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준비를 해왔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포스코도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자문으로 영입하며 배터리 및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