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에 밀린 폴크스바겐, ‘인권논란’ 중국 신장 공장 철수

독일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이 인권침해 논란이 지속돼 온 중국 신장 지역 공장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판 보호와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폴크스바겐의 신장 공장 매각

폴크스바겐은 28일(현지 시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에 위치한 공장을 상하이 린강그룹의 자회사인 상하이자동차검증·기술혁신센터(SMVIC)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폴크스바겐이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자동차와 합작해 2013년에 완공한 시설로, 과거 중국 중산층 사이에서 인기 있던 ‘산타나’ 모델 등을 생산했다.

신장 공장은 그동안 위구르족 강제노동과 관련된 인권침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에 따라 여러 국제 인권 단체와 업계에서는 폴크스바겐이 해당 공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인권 논란과 시장 부진의 복합적 배경

폴크스바겐의 이번 결정은 인권침해 논란뿐만 아니라 중국 내 시장 점유율 하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80년대부터 중국에 진출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둬왔던 폴크스바겐은 2008년 이후 중국 자동차 판매량 1위를 유지했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 전기차 산업의 급성장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폴크스바겐은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에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줬으며, 올 상반기에는 중국 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1.4% 줄어드는 등 시장에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폴크스바겐 입장에서는 판매량이 감소하고 국제적 평판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신장 공장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의 구조적 변화

중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 기준으로 1~5위를 차지한 기업은 비야디, 폴크스바겐, 지리자동차, 창안자동차, 치루이자동차로, 이 중 4개가 중국 기업이다. 이는 2019년 당시 상위 5위권에 이치폴크스바겐, 상하이폴크스바겐, 상하이지엠(GM), 지리자동차, 둥펑닛산 등 외국계 합작사가 대거 포함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비약적인 성장은 폴크스바겐을 포함한 전통 내연기관 중심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미래 전략

공장 매각 발표와 함께 폴크스바겐은 상하이자동차와의 협력 계약을 2040년까지 연장하고, 2030년까지 18종의 새로운 차량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회복하고 전기차와 같은 신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결론

폴크스바겐의 신장 공장 철수는 단순히 인권 문제로 인한 도덕적 결정이 아니라,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과 중국 내 산업 환경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인권 논란과 시장 부진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폴크스바겐이 미래를 대비하는 방식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교훈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