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피라미드 꼭대기 들개는 '로마 신화 태양신'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정상에 우뚝 서 있는 들개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영상은 고대 이집트의 상징적 장소와 함께 포착된 개의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며, 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영상을 둘러싼 논란과 역사적 배경 또한 주목받고 있다.

영상 속 주인공은 이집트 수도 카이로 인근 기자 피라미드 주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들개 '아폴로'다. 패러모터 조종사 알렉스 랭이 지난달 14일 새벽, 비행 중 포착한 아폴로의 모습은 마치 고대 왕이나 파라오처럼 당당한 자세로 피라미드 정상에 서 있었다. 이 장면은 랭이 촬영한 이후 인스타그램에 게시되며 단숨에 28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아폴로'

아폴로는 기자 피라미드 주변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친숙한 존재였다. 아메리칸 카이로 동물 구호 재단의 비키 미셸 브라운 대표는 아폴로가 3년간 재단의 보살핌을 받아왔으며, 그의 어미와 형제들 역시 함께 돌봐왔다고 전했다. 피라미드 인근의 들개들은 '발라디'(아랍어로 '토종')라 불리며, 이 지역 고유의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왔다.

아폴로는 다른 들개들과 달리 종종 피라미드 정상으로 도망가곤 했다. 랭이 촬영한 영상에서도 그는 정상에서 독특한 포즈를 취하며 마치 고대 이집트 신화의 아누비스 신을 연상케 했다. 이러한 모습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많은 사람들이 아폴로를 고대 신화와 연결 지으며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저작권 논란과 화해

그러나 이 영상은 촬영 후 또 다른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자칭 인플루언서 마샬 모셔가 이 영상을 자신의 작품으로 둔갑시켜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며 저작권 문제를 야기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영상을 촬영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랭의 항의에 사과하고 약간의 저작권료를 지급하며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 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유명해지기 위해 촬영한 것이 아니라, 아폴로의 모습이 가진 특별함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집트 들개의 역사적 맥락

이번 사건은 단순한 화제성 이슈를 넘어 이집트의 들개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 대한 논의로도 이어졌다. 예일대 역사학자 앨런 미하일 교수에 따르면, 이슬람 세계에서 개는 한때 쓰레기를 처리하는 유용한 동물로 간주되며 법적 보호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18세기 나폴레옹의 이집트 점령 이후 들개들은 성가신 존재로 여겨지며 대량 학살당했고, 이후 독살 등으로 개체 수가 줄어드는 역사를 겪었다.

아폴로와 피라미드의 관계

많은 이들이 아폴로를 입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브라운 대표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그는 "아폴로의 집은 피라미드"라며, 그를 애완견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신 피라미드 주변에서 생활하는 다른 들개들을 입양하길 권하며, 해외 입양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은 '아폴로'

아폴로는 이제 단순한 들개를 넘어 이집트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의 모습은 고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자연과 인간, 역사가 공존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