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일본에 미국 미사일 배치되면 대응 나설 수도”…핵 교리 언급

러시아가 일본에 미국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될 가능성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며, 비핵보유국을 포함한 핵 공격 가능성을 명시한 개정된 핵 교리를 언급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아시아 내 미사일 배치 계획에 대한 러시아의 강경 대응 방침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발언으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일본의 협력으로 일본 영토에 미국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될 경우, 이는 러시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에 대해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명한 개정된 핵 교리를 언급하며, "러시아의 새 핵 교리는 일본 같은 비핵보유국이 핵 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이를 공동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일본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수용할 경우, 핵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개정된 핵 교리는 기존의 핵 사용 조건을 크게 확장한 것이 특징입니다. 과거 핵무기 사용 조건은 러시아와 동맹국에 대한 핵 공격, 러시아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 등으로 한정되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비핵보유국이라도 핵 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무기 사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시했습니다.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 배치에 대한 대응책으로 극동 지역에서의 군사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면 러시아는 우랄 동쪽 극동 지역에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앞서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밝힌 "미국이 아시아에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러시아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발언과 일맥상통합니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중거리 미사일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말기였던 2019년 미국이 INF(중거리핵전력) 조약에서 탈퇴하면서 본격화되었습니다. INF 조약은 사거리 500~5500km의 지상발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배치를 금지했던 협정으로, 미국의 탈퇴 이후 미·러 간 군비 경쟁과 갈등이 심화됐습니다.

찰스 플린 미 육군 태평양 사령관은 올해 4월 "중거리 능력을 갖춘 발사장치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조만간 배치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이러한 군사적 움직임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24일 일본 교도통신은 미군이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일본 남서쪽 난세이 제도와 필리핀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의 이번 발언은 미국과 일본의 군사 협력 강화에 대한 경고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발언이 아니라,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을 배경으로 한 구체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암시하고 있어, 향후 국제사회의 주목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