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내각 붕괴 위기에…獨-佛 금리 스프레드 12년 만에 최고치

독일과 프랑스 간의 10년물 국채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2012년 유로존 위기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유럽 경제와 정치적 불안정성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프랑스 내 긴축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내각 붕괴 우려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연 3.014%, 독일은 연 2.166%로 거래되면서 스프레드는 0.848%포인트에 도달했다. 이는 지난 5월 약 0.47%포인트에서 불과 몇 달 사이 급등한 수치로, 유럽의 정치적 분열 위험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랑스 채권에서 2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스프레드 상승은 프랑스 총리 미셸 바르니에가 제출한 긴축 예산안에 극우 국민연합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촉발됐다. 바르니에 총리는 600억 유로 규모의 예산안을 통해 재정적자를 GDP의 5% 이내로 줄이고자 공공 지출 삭감과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합 대표 마린 르펜은 증세가 국민의 구매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불신임 투표를 경고하고 있다.

예산안은 이미 하원에서 한 차례 부결된 후 상원으로 넘어갔으며, 다시 하원으로 재송부되어 재차 부결될 경우 총리가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국민연합은 내각 불신임 투표를 통해 바르니에 총리를 물러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정치적 대립은 프랑스 내 불안정을 심화시키며 국채 금리 차이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측근들과의 대화에서 내각 붕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엘리제궁은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즈는 사회 지출에 대한 투표를 계기로 내각이 조만간 불신임 투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54%는 내각 불신임 투표를 피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내각 붕괴 시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을 지지하는 의견은 63%에 달해 정치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정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티그룹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독일-프랑스 국채 스프레드가 1%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프랑스 증시 CAC40은 이날 0.72% 하락했으며,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 등 주요 은행주는 각각 1.19%, 3.48% 하락했다. 보험업계 대표주인 AXA도 4.31%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프랑스의 거시경제 전망이 악화되는 가운데, 예산안과 관련한 정치적 갈등이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유럽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이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